
모텔 귀신 이야기
때는 7~8년 전, 한참 남편과 사랑이 깊어지던 시기였습니다.
그 여름은 숨 막히게 더웠습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던 날씨였지만,
우리는 손을 꼭 잡고 다니며 더위조차 잊으려 했습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제안했습니다.
"우리 에어컨 나오고 텔레비전도 있는 데로 가자."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습니다.
우리는 치킨과 음료를 챙겨 가장 가까운 모텔로 향했습니다.
카운터에 도착하니 아주머니가 방 하나가 남았다며 키를 주었습니다.
“간판 불 끄러 가야겠다”
라는 혼잣말도 들렸습니다.
우리가 배정받은 방은 복도의 맨 끝방이었습니다.

복도가 길었지만,
에어컨 바람 속에서 치킨을 뜯을 생각에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
그러나 방에 들어서자 약간 실망했습니다.
모텔 외관과 달리 내부는 낡고 눅눅했으며
답답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더위에 지친 우리는 에어컨 하나만으로도 만족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바닥에 앉아 치킨을 뜯기 시작했죠.
그런데 치킨을 먹는 동안 묘한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자꾸만 뒷통수가 아른거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문 앞에 놓인 TV 장식장 쪽,
정확히는 내가 등을 돌리고 앉아 있던 문이 계속 신경 쓰였습니다.
왜 그런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마치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뒤를 돌아보아도 갈색 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치킨을 다 먹고 남편이 먼저 씻으러 들어갔습니다.
혼자 남겨진 나는 침대에 앉아
텔레비전 채널을 넘기며 남은 치킨을 먹고 있었는데,
문 쪽을 무심코 바라본 순간 숨이 멎을 뻔했습니다.
문에 검은 양복이 축 처진 채로 걸려 있는 형상이 보였던 겁니다.
그런데 그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습니다.
나는 치킨을 든 채 얼어붙었습니다.
다시 문을 응시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헛것을 본 거겠지”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다시 텔레비전에 집중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또다시 스치듯 문을 보게 되었고,
이번엔 그 검은 형상이 더 또렷이 보였습니다.
공포에 질린 나는 몸이 떨리고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으로 본 모습은
문에 목을 맨 채 늘어진 남자의 형상이었습니다.
그때 욕실에서 나온 남편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습니다.
내가 울고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고,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만 간절했습니다.
다행히 남편도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는지
재빨리 겉옷을 챙기더니 밖으로 나가자고 했습니다.
이유를 물을 겨를도 없이 우리는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은 채 모텔을 뛰쳐나왔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남편이 말했습니다.
"아까 치킨 먹을 때 나도 자꾸 문 쪽이 신경 쓰였어.
먹다가 눈길이 저절로 그리로 가더라.
뭔가 얼룩 같은 게 스치는 것 같았는데, 네가 무서워할까 봐 말을 안 했어.
그런데 너 우는 거 보고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러나 급하게 나오느라 방 열쇠를 두고 나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카운터로 돌아가 아주머니에게 열쇠를 달라고 말했죠.
나는 울면서 방에서 본 남자의 형상을 이야기했고,
아주머니는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남편이 아주머니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여기서 사람 죽은 적 있나요?"
그러자 아주머니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말을 아꼈습니다.
"알면 뭐 하겠어요. 기분만 나빠질 텐데."
우리 부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모텔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다시는 모텔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여름만 되면 그날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